시작과 끝, 인생연습
영국 워킹홀리데이가 끝나간다.
영국을 떠나는 기차표를 예매하고 떠날 준비를 한다.
아직 안해본 것들을 하고, 못가본 곳들을 가고, 친구들을 만나고, 이것저것 정리를 한다.
카리와 헤이스팅스로 로드트립을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새벽일찍 집을 나와서 가는길에 해뜨는 것을 봤고, 여행내내 날씨가 햇빛쨍쨍 너무 좋았다.
그냥 자갈해변에 앉아서 바다를 보는 것 만으로도, 길거리를 걸어다니고, 공원에 앉아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해 지는 것까지 봤다.
하루에 해뜨는 것과 해지는 것을 다 본 날은 뭔가 해낸 것 처럼 뿌듯하다.
돌아오는 길에 이제 또 다시 살던 곳을 떠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워킹홀리데이라는 비자를 얻어서 아무도, 아무것도 없는 다른나라에 가서 집을 구하고,
일을 구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보고, 느끼고, 배우고, 성장하고..
일을 정리하고, 집을 정리하고, 사람들을 만나 작별인사를 하고
마치 새로운 나라에 도착함과 동시에 다시 태어나고 잠시나마 집이었던 그 나라를 떠나는 것은 죽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영국에 와서 좋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다.
뉴질랜드에서 여행할 때 만났던 찬과 조는 이제 나에게 정말 소중한 친구들이 되었고,
뉴욕에서 여행할 때 만났던 오로라를 빠리와 런던에서 만났고,
같이 배우고 성장하고 내 런던인생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카리,
런던에 자메이칸 그랜마, 마미버드가 생겼다.
나오미, 샤넬, 프랭클린...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남기고 떠나야하는 마음은 참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기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더욱 최선을 다하게 되는 것 같다.
떠나는 날을 알고있기 때문에, 다음에 다시 볼 날이 언제가 될 지 모르기 때문에 더
당연히 우리는 언젠가 어디에선가 다시 만날것이지만 같은 나라에 더이상 살지 않는다는 것,
가까운 곳에 살다가 멀리 간다는 사실에 더더욱 애절해지는 것 같다.
한국을 떠날 때랑은 또 다른 느낌이다. 한국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멍뭉이는 내가 한국으로 결국은 돌아오고, 돌아갈 것을 알기 때문에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다시 본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캐나다와 호주에 두고 온 아직 다시 만나지 못한 사람들을 기억한다.
하지만 유럽에서 다시 만난 한국, 캐나다, 호주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원한다면 당연히 다시 만날 수 있는 것도 알고 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을 하고 끝을 낸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주어진 인생이 한번뿐이고, 우리에게 언젠가는 끝이 찾아온 다는 걸 잊고산다.
워킹홀리데이는 나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생공부이며 인생연습이다.
각각 나라마다 사람들 생김새, 사용하는 언어, 건물이나 음식은 다르지만 결국 집에서 살고, 일을 하며, 좋은 사람들과 덜 좋은 사람들이 있고, 사는 모양새는 다들 비슷하다.
만남과 헤어짐도 그렇게 볼 수 있다.
시작과 끝.
매 순간 모든것은 변하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그 순간에, 함께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회는 단 한번 뿐이다.
인생은 단 한번 뿐이다.
피드 구독하기:
글 (A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