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샴푸때문에 빡쳐서 노푸테라피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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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을 좋아한다.
코코넛향, 맛, 모든것.. 코코넛 아이스크림, 코코넛 요거트, 코코넛 워터, 코코넛 오일, 코코넛 밀크 등 모든 코코넛!!!!
그러다가 코코넛 샴푸를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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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의 시작.
아... 사실 호주에서 떠나기전에 뉴질랜드애가 코코넛샴푸,린스 여행용 셋트를 선물로 준적이 있다. 그것만 쓰면 그렇게 머리카락이 말라도 젖은것 같고 찝찝하고 그랬었는데... 그걸 잊다니... 이건 다른브랜드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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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감고 말려도 이건 뭐 마른건지 안마른건지.. 감았는데 안감은 것 같고... 뭔가 무겁고.. 뭔가.. 찝찝하고 답답하고... 말그대로 불쾌...
익숙해지지 않을까...?
쓰면 쓸수록 더 짜증이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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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사러 갈 시간도 없고 있는데 낭비하는 것도 또 싫어서 일단 보류하고 참아보기로 함.
근데 왠걸? 없던 비듬이 막 생기고 이건뭐... 진짜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비건샴푸를 샤와야하나... 그러려면 좀 멀리있는 수퍼드럭에 가야하는데... 그리고 이제 점점 다른 동물들과 지구환경에 신경을 쓰다보니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비닐, 화학제품들을 덜쓰거나 안쓰려고 노력하는데 샴푸쓰고 헹구는게 얼마나 지구오염인가..

위빠사나에서 만난 디파가 노푸테라피 이야기를 해준적도 있었다. 기회되면 꼭 한번 해보라면서. 그것도 자꾸 생각나고 뭔가 베이킹파우더랑 사과식초로 하면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집에 이미 사놓은 사과식초는 있었으나, 수퍼마켓 갈때마다 자꾸 까먹고 베이킹파우더 안사고 과일이랑 인도과자를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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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가 노푸테라피 웹사이트 가서 글 읽고,  오늘 드디어 매장앞에 편의점가서 베이킹파우더를 산 뒤 결심!!
사람들이랑 이야기를 해보았다. 노푸유행해서 하다가 두피망가진 사람들도 있다, 머리카락 벗겨진 사람들도 있다, 냄새나서 옆에 가기 싫었다, 해보니까 진짜 좋다. 비듬사라지고 머리숱도 많아진다, 편하다 등등... 역시 직접 해보는 수밖에.

친구들한테 얘기를 해보았다.
프랑스친구가 노푸진짜좋다고 지금 2년짼데 완전 추천한다고 했다. 자기는 베이킹파우더 말고 베이비파우더 쓰는걸 더 좋아한다고, 식초는 그렇게 자주하지는 않고 가끔 자연성분 샴푸바를 사용한다면서 사진을 보내주었다.

그거 보고 아마존가서 자연성분 샴푸바 하나 구매.
아니 여기도 위험한건 마찬가지. 비건이라고 한거 다른거 살뻔했는데 혹시나 하고 성분을 보니... 팜오일... 꿀.... 야... 뭐냐... 동물실험 안한다고 비건이라고 함.

그래서 다른거 비건소사이어티에서 인증받은걸로 구매함. 세상아...

카하리도 자기는 자연성분으로만 쓰고 노푸한다고 했다. 흑인곱슬머리카락은 너무 예민해서 그렇게 관리를 꼭 해줘야 한다고 했다. 근데 너.. 화장실에 비건린스 있는거 내가 다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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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설레고 신나는 마음으로 유리병에 사과식초를 덜어서 화장실에 갖다놓고 아까 산 베이킹파우더를 가지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따뜻 뜨거운 물로 머리카락을 적시고 잘 하는지 모르겠지만 손에 가루를 붓고 두피에 바르고 마사지를 했다. 뭔가 경계선부분이 약간 따가웠지만 엄청 아픈 정도는 아니었다. 마사지 하고 다시 뜨뜻한 물로 씻어내고 사과식초를 희석한 물을 조금씩 부었다. 내 머리에서 베이킹파우더랑 식초 버글버글하는거 보기 싫어서 잘 씻어냄.

어디서 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좋지않은 기체가 발생한다고 했다...

베이킹파우더만 하고 머리카락을 씻어내면 매우 뻑뻑해진다.
그리고 식초물로 헹구니 약간 나아졌다. 신기하게도 식초를 뿌렸을때는 아까 따갑던 부분이 따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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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게 잘 씻고 헹구고 나왔더니 아무래도 코코넛샴푸보다는 훨씬 개운했다.
근데 식초냄새..... 야.... 이거.... 너무해
당황스럽다 정말
일단 아직까지는 별 탈이 없는데 점점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


한국에 다녀왔다. (feat.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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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일년만에 한국에 다녀왔다. 멍뭉이보러. 우리멍뭉이는 바보라서 티비도 못보고 영상통화도 못알아들음. 그리고 멍뭉이에게 사람1년은 7년이니까.. 인터스텔라..
그래서 이번에는 2주동안 서울에도 안가고 다른지역에는 갠쟁구 안데려가면 안간다 선언하고 감. 가족여행으로 멈뭄미 데리고 강원도 영월 주말 1박2일로 다녀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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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상은 맨날 멈뭄미 산책시키고 멍뭉이랑 뒹굴거리고 멍뭉이랑 채소먹고 빈둥거리는 거였는데... 현실은 매일매일 한번이상 새럼들 만나기.. 그리고 못만나고 온 사람들 미안해 내가 상상했던거랑 너무 달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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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비건이 살기에 아직 척박하다.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면 죄다 무슨 육지동물시체, 바다동물시체 판다고 난리고, 동물알, 동물젖.. 뭐 진짜 씨잘데기 없는 곳에 불필요하게 많이 들어간다. 심각해..

한국음식 충분히 다 비건으로 만들 수 있는 건데 요즘들어서 더더욱 심해지는 모든 메뉴에 동물 갈아넣기 유행. 끔찍하다. 어느정도냐면 내가 친구랑 감자튀김 맥주집에 가서 감자튀김을 시켰는데 그 위에 소젖에 소금뿌려서 뭉쳐서 발효시킨걸 가루를 내어서 뿌려서 줌. 환장.

하지만 내가 직접 장봐서 만들어서 먹는 건 즐거웠음. 김밥, 비빔밥, 나물, 떡국, 떡볶이 등등..

대전에는 갈만한 곳이 없어.
송촌동에 비건식당 러빙헛 하나있고, 근교에 금산에 비건뷔페 채담있고,
인도음식가게에서는 빼달라면 빼준대서 예약하고 모임잡았는데 왜 또 구구절절히 설명해야되니.... 답답... 못믿겠고...
탄방역 근처에 태원이라고 짜장면집도 채식지원해준대서 갔더니 또 구구절절히 다 설명해야했다. 대흥동에 얌얌타이도 마찬가지. 비건이 뭔지도 모른다... 그냥
육류, 해산물, 알류, 유제품, 멸치육수, 액젓 등 동물들어간거 전부 다 빼주세요!

다행히 나는 운이좋게 브런치까페를 하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가 많이 도와줬다.
아몬드브리즈로 라테, 녹차라테, 딸기라테 만들어줬고, 비빔밥이랑 채소볶음이랑 밥 만들어주고 넘나 행복... 믿고 먹을 수 있는 외식...

식당에서 일하는 친구 하나도 자기 쉬는시간에 나 줄라고 메뉴에도 없는 비건음식 코스로 막 만들어다주고... 나진짜 복받았나보다.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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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보다 더 힘든건 진짜 사람들의 태도이다.
와. 이번에 진짜 나 비건한다고 한 다음에 사람들 내가 그 전에 알던 사람들이 아닌줄 알았다.
내가 뭐 잘못했냐? 내가 언제 본인들한테 비건하라고 한적도 없는데 죽자고 달려들음.
왜요?
내가 동물들한테 가해지는 강간, 폭력, 학대, 착취, 살해가 싫어서 그거에 도움주기 싫어서 동물 안먹겠다는데 왜 님이 이래라저래라 짜증을 내지요....?

뭐 더 넣어달라는 것도 아니고 빼달라는데, 이상하게 쳐다보질 않나
무지한건 진짜 죄다..
너무 답답해.
아니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한다. 그냥 안보면 돼.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고 아주 줘패는 이 문화 진짜 진절머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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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진심으로 관심갖고 알고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고,
내가 열심히 번역해서 올린 자료들 보고 비건결심했다고 해주는 사람들도 있고, 그걸로 도움 많이 받는다고 말해주는 사람들도 있고, 같이 비건결심하고 지키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그나마 살만한 것.
현재 채식인구가 150만. 3%인데 점점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5%가 넘어가면 이제 돈이 된다고 러빙헛 사장님이 말해주셨다.

그리고 한국사람들 빨리빨리...
순식간에 우후죽순으로 퍼져나가고 가게들, 제품들 다 생겨날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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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가 진짜 무슨... 믿기지 않게 빨리 지나갔다.
한국 미세먼지 심각해.. 하늘이 회색이야...
도라지무침, 고사리무침, 콩나물무침, 참나물무침, 깻잎지 내가 만든거 진짜 맛있고,
비빔밥, 김밤, 떡국도 맛있고, 그냥 밥에 김만 싸먹어도 맛있고..
오랜만에 한국음식 먹으니까 왜캐 맛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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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역시 쇼핑.. 대전역 지하상가 지구촌 양말가게 제발 가주세요...
너무좋아 양말 진짜 매우많음 너무많음 양말구경하다가 한시간 지나감...
예쁜거 너무많아서 갈때마다 만원씩 지름...

시장조사 그런거 하려고 보세옷가게 들어갔다가 옷도 사고 옴
민소매니트 입어보려는데 안된대서 나는 이사람이 나랑 장난치는줄 알았다.. 근데 장난아니고 진심임.. 못입어본대... 그래서 그냥삼. 뭐 어쩌겠어 싸니까 걍 삼

실삔이나 작은 고무줄 머리끈같은것도 영국에선 진짜 어이없이 비싼데 한국은.. 좋다
김도싸고.. 인터넷쇼핑 배송도 빠르고.. 진짜 너무빠름 약간 당황스럽게 빠름.

근데 어이없게 비싼것도 너무 많음. 영국에서 1파운드(1500원)이면 사는걸 무슨 6천원 넘게 팔질 않나... 허허
으아 알라딘가서 책 지르는거 넘나.. 책 다 읽고 싶었는데 일단 사기만 하고 아빠한테 맡겨둠.
버리지말고 잘 보관해주세요. 읽어도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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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별로였던 것보다는 좋았던게 더 많았으니까 됐다.
갠쟁구랑 많이 놀고 쓰담쓰담 많이하고 이뻐해줬으니까... 그걸로 또 일년을 버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