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파운드 헤어컷하러 토니앤가이 런던 아카데미 갔다가 헤어쇼 모델이 되었다...

머리카락이 너무 상해서 꼬불거려서 내맘대로 자르다가 상태도 안좋아졌고 숱도 너무 많고 그래서 머리하러 가야되는데 하다가 너무 비싸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일단 검색을 했는데 타임아웃런던에 무료헤어컷이라고 글 올라와있는거 보다가 (사실은 무료아님) 타임아웃에 연락가능한 곳들 있길래 두곳에 이메일 보냈더니 한곳에는 헤어컷 10파운드라고 하고 다른곳 토니앤가이 아카데미는 헤어컷 5파운드래서 어차피 둘다 내머리카락 마루타되서 연습하는건 똑같고 뭐 어차피 머리카락은 자라는 거니까라는 마음으로..

월요일아침에 수업가기전에 연락했더니 이번주는 예약 다 찼으니까 다음주로 잡아준대서 다음주 스케줄 몰라.. 일단 끊고 매장들러서 스케줄 알아낸 다음에 수업끝나고 전화했더니 머리카락 지금길이 얼만큼이고 얼만큼으로 자르고싶니, 층내도 괜찮니 그런거 물어보더니 내일올래? 그래서 예? 뭐 알았다고 하고 화요일, 홈페이지에는 1:45라고 되어있는데 전화로는 1:30에 오래서 그때 갔고, 일단 머리 어떻게 하고 싶냐고 온 사람들 물어보고 줄세우고 올라가서 자리에 앉혀놈 

헤어컷은 5파운드, 염색도 하고싶으면 20파운드 

그리고 기다리는데 뒤에 학생? 트레이니들로 보이는 사람들 세명이 한국말로 막 서로 얘기하길래 한국인 학생들인가보다 하고 난 일단 가마니 앉아있었다. 그리고 한명씩 모델이랑 학생들이랑 정해주는데 그중에 한분이 나한테 오셨길래 저 한국사람이예요.. 했더니 나머지 두분이 막 좋겠다 좋겠다 한국모델 걸려서 좋겠다 한국사람이 머리해줄줄은 상상도 못하고 갔는데 별일 다있음

암튼 가기 전에는 솔직히 무슨머리를 어떻게 해놓을지 약간 걱정반 기대반.. 약간 뭐랄까 그런 예전에 모델 리얼리티쇼 보면은 헤어 비포애프터 해가지고 너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줄게 그런거 하는줄 알았음... 그래서 제발 앞머리만 안자르고 너무 짧은것만 아니면 어떻게든 묶던지 하면 되니까 한번 해보자 해서 갔는데 어떻게 하고싶냐고 물어보고 거기에 맞춰준다고 했다. 

난 당연히 머리하러 가니까 아침에 귀찮아 죽겠는데 머리감고 갔는데... 머리해주시는 분들이 다 머리감겨주시고 시작한다.. 
머리감겨주는줄 모르고 머리감고 왔어요.. 그랬더니 보통 이런데 올때 외국애들 드러워서 막 일주일 머리안감고 온다고 그러심.. 진짜 얘네 우리나라랑 위생관념이 넘나 다른것. 

트레이너 한명이 학생들 몇명 돌아가면서 봐주고 머리카락 섹션따고, 자르고 부분마다 다 자르기전에 코치해줌 나는 그냥 확 보브컷으로 단발로 자르고 싶다고 했는데 뒤에를 좀 길게 자르더니 지금 연습하는 거 하고 뒤에 끝나고 다시 잘라준다고 해줘서 나는 뭐 니들 맘대로 하세요 하고 냅두고 구경하고 얘기하고 그랬음 알고보니 이분들 한국 토니앤가이 매장에서 교육나오신 디자이너분들이었음 일주일인가 이주일 계속 이렇게 연습하고 돌아가는 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지금 연습하는 머리가 앞에는 짧고 뒤에는 약간 길게? 하는거라고 알려주셨는데 내가 이름을 들었을땐 모르겠다 하니까 다른 디자이너분이 사진 찾아서 보여주심 


이머리 연습한다면서 옆머리를 저렇게 저것보다 좀 더 길게 자르고 뒷머리도 저정도? 앞머리는 내가 절대 안됀다 해서 안자르고 했는데 이대로 냅두고 싶으면 냅두고 내가 더 자르고 싶다하면 뒤에도 잘라준다고 했는데 내가 그냥 냅둔다고 했다 머리묶으면 단발되고 냅두면 긴단발이라서 뭐 나쁘지않아서 숱만 좀 쳐달라고 했더니 디자이너분이 숱 진짜 많이 쳐주셔가지고 만져봤는데 완전 깃털처럼 가벼워졌음 헤헤

드라이하고 해주셨는데 중간중간마다 앞에있던 다른 트레이너가 와가지고 니머리 완전 잘어울린다고 예쁘다고 나 칭찬해주고 내머리 해주신 디자이너 칭찬해주고 내 머리 해주시던 디자이너분 트레이너가 내가 머리카락 이대로 걍 냅두라니까 재차확인하고 매우 좋아했음 그러고 다시오더니 다음에 본인이 내머리카락 잘라줘도 되냐그래서 뭐 나야좋지 오케이 했음 

그리고 염색담당이신분이 오더니 너 염색은 안하고 싶냐고 막막 뭐라뭐라 했는데 염색.. 글쎄 아직 생각해본적은 없는데 한번 얘기해주면 생각은 해볼게 했더니 내일염색하러 올래? 그래서 하..? 아니 내일 안돼요 일단 집에가야지 하는데 나가기전에 나한테 다음에 본인이 머리카락 잘라줘도 되냐고 한 트레이너가 오더니 우리 이따가 프레젠테이션 있는데 니머리가 신상머리 지난주에 나온거라서 사람들앞에서 보여줘도되냐고 그러길래 뭐 보여주는거 뭐 오케이 했더니 까페가서 커피마시고 있으면 연락할테니깐 다시와달라했음 

나가면서 염색약 피부테스트 하라길래 갔더니 카운터에 계신분이 48시간 냅두래.. 다음에 염색스케줄 언제로 잡아줄까 막 아니 이분들 넘나 급하셔 그래서 일단 다음주 스케줄몰라서 안된다고 뻥침 그리고 염색하면 내가 돈내야되냐고 했더니 아니라고 이제부터 머리카락 자르고 염색하는거 다 그냥 무료라고 우리는 너같은 러블리걸들을 모델로 찾고있대.. 아... 네.. 

샌드위치 살라고 하는 찰나에 지금 다시 와달래서 들어갔더니 난 뭐 그냥 사람들 몇명 있어서 보여주는건줄 알았는데 또 다른 디자이너가 오더니 사람들 앞에서 머리카락 쫌만 더 잘라도 되냐고 하는것..? 옆에 조금 뒤에 조금만 자를게 이러길래 뭐 머리카락 다시 자라니까 ㅇㅇ 했더니 앞머리 제발 자르게 해달라고 해서 놉놉 했는데 온갖 사람들 다데려와서 앞머리 제발 자르자고 니가생각하는 그 앞머리가 아니라고 길게 자를테니까 자르고서 옆으로 넘기면 된다고 애원.. 

그러더니 또 어디로 데려가서 왠 사람들이 염색을 하는데 나도 염색시킨다는것? 무슨색깔 하고싶냬서 난 생각해본적이 없다 그래서 음.. 모르겠는데 했더니 빨강색으로 한대 또 하.. 또 빨강색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 나는 차라리 버건디같이 어두운걸로 하고싶다 했더니 그거보다 약간 밝게 한담에 싫으면 다시 염색해준다고 꼬심... 망할 그리고 그 특유의 바쁨 정신없음 헤어쇼 백스테이지현장의 분위기와 그럴 뭐랄까.. 그런거 구경하고 싶고 그러다가 에이씨 알았다고 해버림 

머리카락 전체아니고 저 사진에 있는 모델 머리카락의 파란부분? 만 빨강색으로 한담에 머리감고 섹션따놓고 옷이랑 신발도 갈아입힘.. 헤어쇼래 엥? 참 그냥 머리카락 자르러 왔다가 별의별 일이 다생김 
무대에 나갔더니 앞에 무슨 사람들 막 앉아있고 다 쳐다보고 난리도 아님.. 이런 부담스러운 자리일 줄이야.. 세팀씩 해가지고 그사람들 앞에서 본인이 지금 뭐를 하고 있고 그런거를 막 설명을 하면서 헤어컷을 하고 나는 거울도 못보고 내머리 자르는데 그사람들만 보고... 궁금하기도 하고 막 잘려나가는거 보니까 엄청 많이 자르는거 같고... 불안하고...

그냥 정신없고 막 뭐랄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분위기였음 그와중에 계속 남하는거 구경함.. 재밌긴 했다 그래도 계속 지금 뭔일이 일어나고 있고 뭐를 할거고 언제까지 시간괜찮냐 그런거를 중간중간에 말해줘서 그나마 뭔일이 일어나고 있구나.. 하는건 대충? 지나고 나니까 알겠는데 그때는 계속 이해하려고 노력 
그리고 무대에서 앞머리자르는데 헤어쇼라서 그런지 앞머리자르는거라 그런지 사람들 환호성 지르는데 난 좀 기분이 이상했음 앞머리 자르기싫은데 괜히 자른다고 했다.. 그래도 다시 자라니까 뭐.. 이러면서 

끝나고 서서 보여주고 사진찍히고... 에이씨 
내머리 한 디자이너(번호준애랑 다른사람)가 자기번호 줄테니까 나중에 머리다듬을때 본인이 무료로 해준다면서 모델해주는거 고마워서 그런거라고 막 하는데 암튼 끝나고 돌아가서 옷갈아입어야되서 갈아입고 그 관중들이 아마 다른지점 헤어샵 디자이너들인걸로 추정 그사람들이랑 디자이너들이랑 다들 막 얘기하고 블라블라 정신없고 나는 빨리 집가고 싶었고 빨강머리를 부여잡고 집에옴 

하우스메이트들 다 깜놀 이게 무슨일이냐면서 
에지있다고 함.. 나는 그냥 5파운드 헤어컷 하러 갔다가 이렇게 되었다는 스토리를 다 이야기해줌... 얘네들은 뭐 머리 잘어울린다 빨강거도 예쁘다 해주는데 나는 싫어.. 적응이 되려나 하고 기다려봤지만 ㄴㄴ..

다음날 일하러 갔더니 코워커들 다 난리 이게 누구냐고 본사에서 직원 내려온줄 알았다면서.. 
하.. 이자식들아 그만해 

번호준 디자이너한테 나 진짜 앞머리는 기르는 수밖에 없겠지만 빨강색 진짜 안되겠다 너가 수습해준다고 했으니 빨강색을 없애달라 했더니 알았다고 했음. 월요일에 수습해준다고 했음. 빨리... 현기증난다 

신기한게 그날 아침에 수업들으러 가는길에 들었던 팟캐스트에서 모델이 나와서 토크했는데 그게 모델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어떤대우를 받는지, 그렇게 안보이지만 굉장히 불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 그런얘기하고 있었고, 나는 그걸 들으면서 내가 어릴때 재밌게 봤던 아메리칸 넥스트 탑 모델을 생각하며 내가 그걸 왜그렇게 좋아했지, 하다가 난 보통 사진결과보는걸 좋아했었던 것 같다. 모델들도 좋지만 그 사진들이 더 좋고 나는 내가 모델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고 절레절레 했는데 그렇게 헤어쇼 모델을 해보고 더 느꼈다. 모델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난 차라리 사진을 찍으면 찍었지 찍히는건... 

런던에 사니까 진짜 별의 별 일이 다 일어난다. 
신기하고 재밌긴 한데 내 앞머리 언제 자라지... 거의 숏컷수준으로 잘라놔서 감당이 안됌... 헤어드라이어랑 고데기 다 놓고왔는데 사야할 상황... 내사진은 제대로 찍힌것도 잘 나온것도 내가 갖고있는게 없으므로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