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서 일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들. (부제. 전 세계 사람들 다 만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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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대형 쇼핑센터안의 패스트 패션 매장에서 일하느라 거의 이야기는 무슨 헬로 얼마 바이 이러기만 했었는데 이스트 런던의 작은 개인 디자이너 매장으로 옮긴 뒤로는 사람들이랑 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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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어떤 흑인 아주머니가 카운터까지 오더니 너 무슨 위트니스 들어봤냐고 했다.
아니 모르겠는데 라고 말하는 동시에 내 머릿속에서 해석이 되었고 그것은 여호와의 증인...!
"어.. 그거 사이비!!" 라고 말해버렸다. 급 일그러지는 아주머니의 얼굴.. 부들부들.. 너가 그렇게 생각하니... 우리는 사이비가 아니야... 그러길래 어이가 없어서 종교같은거 관심없습니다.
했더니 그래도 종이를 자꾸 주려고 하길래 아니 됐다고요.. 했더니 좋은하루 보내라고 하고 나감.  내가 살다살다 영어쓰는 사이비를 만나고.. 여호와의 증인을 영어로 알게 될 줄이야... 어딜가나 집착 심한건 똑같구나.
한국 사이비들은 자기들이 사이비인거 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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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 딱봐도 일본남자 세명이 들어오더니 한명이 조그맣게 ... 니홍진...
아니 나한테 얘기하는 건지도 몰랐음. 어디서 건방지게 일본도 아닌데 일본말을 해? 영어로 해도 모자라는 구만 단호하게 "놉" 그냥 자연스럽게 나와버렸는데 그냥 한국말로 "아닌데요" 이럴걸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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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음 몇일 뒤에 중국남자 두명인가 들어와서 아유 차이니즈 하고 있다 진짜로..
또 "놉" 그래, 니네는 영어로 질문이라도 했지. 근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들 이러는 것?
아니 니네나라사람 맞으면 어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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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가 디자인을 하는데 내가 들어왔을 때부터 한자로 검을흑이 써져있는 후드가 있었다. 아직 아무도 안삼. 왠 중국여자가 들어와서 구경하다가 갑자기 나한테 막 중국말로 쏼라쏼라 하는것... 음... 예? 왜이러시는...? 이여자분 구경하다가 그 중국어가 쓰여져 있는 후드티를 보고 내가 디자이너인줄 알았고, 한자로 써놔서 내가 중국인인줄 알았댄다...
난 이거는 별로 엄청 웃기지는 않았는데 회사 단체메세지에 얘기했더니 다들 웃겨 죽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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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별로 웃긴건 아니고 이상했던 건데, 음 인도나 중동쪽 키작고 동글동글한 아주머니랑 그의 아들인가 가족으로 추정되는 키큰남자가 같이 들어왔다. 매장에 나랑 그 둘밖에 없었는데 엄청 작게 게이들 옷을 파냐고 물어봄. 아줌마가.
?? 게이들 옷이 뭥미... 내가 당황해 하니까 아니, 호모섹슈얼사람들 옷 파냐고요 이러길래
아니 그 사람들이 입고 싶은거 입으면 되지 왜 굳이 그렇게 나누는 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하니까 아니, 게이들이 입는 스키니진 이런거 있잖아요 이러는데... 참 할말이 없었다.

아니, 보니까 그 아들인지 가족인지 누가 게이인거 같은데 그거 그렇게 작게 속삭일 내용도 아니고, 게이던지 말던지 그냥 아무데나 가서 입고 싶은거 입어보고 맘에 들면 입으면 되는 거지, 게이들을 위한 옷을 따로 파는데가 있나 들어보지도 못한 것 같은데. 아무튼 별로였다. 그러면서 그게 그 게이인 사람을 배려한다고 생각하겠지..? 스키니진 없어서 그 사람들 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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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엄마, 이모, 딸이 여행중인 것 같았는 데 들어오는 순간부터 셋다 키가.. 엄청크고 길쭉길쭉 거의 기린같았다. 키가 진짜 엄청커서 신기해서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니까 네덜란드에서 왔단다.. 가끔 북유럽사람들도 키 진짜큼... 독일사람들도... 근데 네덜란드에서 온 키 작은 사람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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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 미국인 엄마랑 딸 둘이 들어와서 구경하고 나가기 전에 잘가라고 인사했더니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너무 예쁘다고 피부 너무 좋다고 뭐 쓰냐고 막 묻길래 아;; 뭐 잘 안쓰는데.. 그냥 아무데서나 산거 아무거나 쓰는데.. 무슨 얘기를 해야될지 몰라서 그냥 별거 안쓴다고 했더니
우리 "문화"에서는 뭐쓰냐고 묻는거 칭찬이라고, 너 기분 나쁘라고 한말 아니라고 굳이 말을 함.
응???
아니 난 분명히 고맙다고 했고, 그거는 니네 "문화"뿐만이 아니라 모든 문화에서 다 칭찬인데요? 꼭 문화도 없는 애들이 문화 있는척해.. 나 기분나쁘다고 한적도 없다.. 아무튼 미국사람들은 말을 너무 많이함... 불필요한 말까지 너무 많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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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자분이 들어와서 주얼리 이거이거 보여달라고 해서 보여주고 얘기하는데 영어를 잘 못했다. 이탈리아사람이래서 어디서 왔냐니까 로마에서 왔대, 나 거기 완전 가고싶다고 그랬더니 자기보러 놀러오래.. 놀러와서 연락하래.. 넘나 뭐랄까.. 친절하다고 해야할까. 그렇게 말해주는 자체가 너무 스윗해.. 안그래도 그전에 영국 여행 한다길래 어떠냐고 그랬더니 사람들이 너무 차갑다고 그랬음. 이탈리아 사람 진짜 따뜻하네용...

그래서 인스타그램 서로 팔로함.. 이탈리아에 가서 만나야겠다.. 그리고 영어 잘 못해서 그냥 이탈리아말로 막 함.. 뭔지 잘 모르겠지만 알겠는... 신기한 경험.
예전에 머리자르러 갔다가 본 외국인한테 한국말을 하던 그 한국분이 생각났다.
너무 귀여우셨다. 막 알아듣던지 말던지 한국말로 계속 이야기 함

근데 그러다가 파리에서 런던올때 외국인한테 한국말로 입국심사서 종이 어디에 있냐고 물어봤는데 그 외국인이 한국말로 저기있어요. 그랬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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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 엄청 패셔니스타처럼 옷입은 백인 남자가 들어와서 잠깐 돌아보더니 나보고 한국사람이냐고 물어봤다.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봤더니 그냥 스타일이 그랬다고 했다. 신기했다. 한국에서 산 옷 하나도 안입고 있었는데.. 내기준 내 옷 한국스타일 아니었던거 같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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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백인 젊은 여자가 들어와서 벨트 해 보길래 도와줬더니 그거 사고 나갈 때, 무슨 얘기하다가 한국얘기가 나와서 어? 나 한국사람이야 그랬는데 응 알아 이러길래 에? 난 말도 안했는 데 어떻게 알았냐고 했더니 자기 한국어 전공했고 한국에 몇번 다녀왔고 한국에 가서 살고 싶다고 했다. 아니.. 그걸 왜 지금 말해요? 처음부터 말해주지 좀.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한국말로 한마디도 안해줬고 그렇게 쿨하게 떠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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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무리가 들어왔다. 그 중 한명이 나를 부르더니 양초를 무슨 종류별로 하나씩 다 사감.. 매우 빠르게 이거 이거 이거 주세요. 양초를 무슨 여섯갠가.. 사고 감.. 향초 사랑하시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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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있으면 갑자기 사람들이 들어와서 길을 물어본다...
밖에 사람들이 있어도 굳이 우리매장으로 들어와서 길을 물어보고 간다...
어떤 사람은 길물어봐서 도와줬는데 다시 돌아와서 또 물어봄.. 니 구글맵은 장식이세요..? 아니면 방향감각이 없으세요...? 나한테 구글맵 사용중인것도 보여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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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스페인 아주머니께서 오셔서 영어를 잘 못하셨는데 내 코워커가 스페인 애라서 걔한테 도움요청했더니 막 둘이 매우 빠르게 이야기하고 난 또 못알아듣는데 뭐라는 지 알것같은 느낌이어서 나름대로 웃고 맞장구 쳐줌. 가끔씩 코워커가 해석도 좀 해줬음. 근데 그 아주머니 너무 유쾌하고 좋은 에너지.. <3 그분 나가시고 코워커가 나보고 아주 알맞은 부분에서 웃고 잘 맞장구 쳤다고 칭찬해줌. 계속 들으니까 이제 스페인어랑 이탈리아어 들리면 맞출 수 있게 된 듯..

저번에는 약간 이탈리아어 같긴한데 아닌거 같아서 물어봤더니 그리스어였다.
그리고 독일어 같긴한데 아닌거 같아서 물어봤더니 네덜란드어였다.

그 언어는 못해도 뭔가 점점 구분할 수 있어서 재밌다.

유럽이 진짜 다양한 사람들 많이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재밌다. 모르던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보고..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라트비아, 이탈리아, 폴란드, 독일, 스페인, 포르투갈, 스웨덴, 네덜란드, 프랑스, 미국, 감비아, 가나,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덴마크,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아랍, 터키, 자메이카, 콩코, 시에라리온, 모로코,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등등.... 모르던 나라는 아직도 모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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