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서 불교철학 공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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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있을 때 세웠던 계획 
캐나다에서는 경험을 쌓고, 호주에서는 돈을 벌고, 영국에가서 영어를 배워야겠다. 
그치만 영어라는 과목을 공부하고 싶지는 않았다. 영어로 수업을 듣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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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학생이 되어서 공부만 하는건 싫어서 교양강좌 같은걸 들어야겠다 하고 무슨 과목을 듣지 하고 목록을 찾아보던중 철학을 배워야겠다 하고 무슨 철학강좌가 있는지 보다가 불교철학을 선택하게 되었다. 
선택지가 다양하지 않았고 벚꽃놀이할때 친구들이랑 동학사에 가면 좋았지, 지대넓얕에서도 불교철학얘기를 가끔 들었던것도 생각나고 어차피 그냥 수업듣고 싶어서 하는거니까 뭐 사실 별로 뭘 얻어야지 라는 생각보다는 경험삼아 한번 해보는거지 뭐 하고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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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거의 강의실을 꽉 채울정도로 인원이 많았는데 (강의실 별로 안큼 한 20-30명?) 출석하는 인원이 점점 줄어들고 결국 매주 오는 사람들만 출석. 
수업듣는 학생들 대부분 40-60대 으른들.. 나 완전 제일 어린이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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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불교철학 공부할거라니까 친구가 너는 무슨 기독교 시작된 서양에 가서 동양철학 배우고 있냐 
선생님도 동양나라에서 불교 역사도 오래되고 관련 자료들도 많고 한다고 했는데 나는... 동양에서 서양에 왔구요 여기서 불교철학공부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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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영어라서 어려운 건지, 내가 모르는 단어들이 많이 나와서 헷갈리는 건지, 내용자체가 어려운 건지 했는데 여기있는 다른 으른들도 같이 헤메고있고 생각해보니 한국어로 들었어도 어려운건 마찬가지였겠구나 싶다. 방금 한국어로 찾아봤는데 더어려움 한문 번역체와 한자어 단어 공격.. 이러니까 내가 불교유치원을 나왔음에도 그동안 불교에 관심이 없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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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종교가 아니었다. 
부처라는 말은 해탈한 사람이라는 뜻인데 개개인이 부처가 되기위해 수행을 하고 배우는 과정이었다. 
물론 고타마 싯다르타라는 "부처"를 신으로 섬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리고 나는 불교신자는 아니다. 무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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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시 태어나지만 환생은 없다. 영혼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태어난다는 말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십년전의 나와 오늘의 내가 같지 않듯이 우리는 매일, 매순간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앞으로만 나아갈뿐 다시 되돌아 갈 수 없다. 

혹은 엄마가 아이를 낳으면 부모의 유전자의 일부분을 아이가 공유하는걸로 재생 혹은 복제로 나의 일부분이 다시 태어나는 것으로 볼 수는 있지만 결국 우리가 생각하는 영혼이 다른 몸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다는 것. 사실 이부분은 잘 모르겠다 한국에서 들었을 땐 우리가 죽고 무슨 생명체로 다시 태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생명을 귀중하게 여겨야한다고 했던것 같아서 얘기했더니 그건 힌두이즘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영혼이라는게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에 대해 어떤걸 믿어야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아직도 모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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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매순간 다시 태어난다는 말은 공감이 된다. 어떤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을 때, 싫어하던 것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 새로운 곳에 다녀왔을 때, 어떤 사람과 토론을 하거나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너무 다르게 느껴졌던 순간이 많았고, 지금도 가끔씩 그 순간들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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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영원한 것이란 없다. 그 어떤 고통도 결국엔 지나가게 되어있다. 
내가 알던, 들어봤던 많은 명언들이 부처의 말과 생각이었던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부처만 그 말을 한 것은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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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이 도대체 뭘까 막 무슨 가부좌틀고 경지에 오르면 몸이 붕 떠오르고 이런거 아니고 마음을 다스리는 것?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다가 결국 생각이 없어지는 거라는데.. 경험 해본사람만 알겠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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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은 학생들이 왜이렇게 부정적인 고통이니 비어있음이니 그런얘기만 자꾸하냐고 불평불만 하거나 그냥 본인의 생각을 말하거나 질문을 하거나 언제나 이해하려고 하시고, 더 잘 설명해주시려고 하고, 잘 들어주시고 대답해주셨다. 같이 수업듣던 으른들도 너무 다들 좋아서 수업분위기도 좋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어느 날, 한 분이 불만 얘기하다가 "I don't care" 라고 한적이 있었다. 그랬다니 교수님이 보통 저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사실 더 신경쓰고, 관심받고 싶어서 저렇게 말한다고 하시더니 갑자기 투애니원 노래중에 아돈케어가 있다면서 나보고 걔네가 왜 아돈케어 했지? 물어보더니 멤버들 이름을 줄줄이 외우시는것..? 

아니 백인 50-60대 불교철학 교수님이 투애니원 팬일줄 상상도 못했는데 너무 재밌고 웃겨서 한동안 계속 웃음 참느라 혼났다. 예? 케이팝 대단하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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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이라 하면 다 불교 절인줄 알고 하우스메이트랑 허리크리슈나 템플 갔다가 문화충격받고 너무 시끄러워서 나가는데 거기있던 사람이 다시 오라면서 채식주의+요리법 책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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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성을 갖고 기다려라.
모든것은 때가 되면 알아서 찾아온다.
-부처

영어로 볼때랑 한글로 볼때랑 느낌이 너무 다르다.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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