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sisters cliffs |
스케줄이 나왔는데 응? 금토일 연속휴무래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영국애들한테 나 삼일 연속휴무있어서 국내여행 조용하고 평화로운데좀 추천해줄래 했더니 여기 추천해줬다. 안그래도 몇번 들어봤어서 가고싶다, 가야지 했었는데 스케줄 나온거 본 그날 바로 급 기차표, 숙소 예매하고 신나서 룰루랄라하고 있었는데 몇일 뒤에 그다음주 스케줄이 월화수 휴무야? 6일연속 휴무라니 신청도 안했는데 또 그거 보자마자 바로 그 주변 어디가지 찾다가 브라이튼 2박 더 예매, 브라이튼에서 런던오는 기차표 예매. 이스트본에서 런던오는 기차표는 날렸지만 괜찮아.
원래 몇주, 몇달 전부터 알아보고 예매하고 찾아보고 어느정도 알고 가야지 마음이 놓이는 스타일인데 이렇게 급하게 별 생각, 계획 없이 가는 여행도 나쁘지 않았다. 사실 날씨 알아볼 때는 구름구름 바람바람이어서 살짝 걱정했었는데 생각보다 덜 춥고 해가 계속 옆에 있어줘서 너무 좋았다. 겨울이다보니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더 좋았음 대부분 저 넓은 언덕에 나 혼자있고 사람있어도 한두명 지나가거나 내가 말해도 안들리는 거리에 있었다.
사람들이 많은데에서 혼자있으면 조용히 속으로 얘기하는데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까 무슨 바람한테, 해한테, 나한테 얘기하고 그렇게 되던데.. 바람아 밀지마, 해야 고마워 가지마
안그래도 절벽인데 바람 너무 불어서 떨어질까봐 가까이 안감 무서워
2
연말이라 쇼핑센터 사람 미어터지고, 호주에서는 바다 그냥 대중교통 기차타고 몇정거장만 가면 맨날 봤었는데 런던은... 똥물 탬즈강.. 인간 너무많고 나혼자 조용하게 쉬고싶어서 간거 였는데 거의 등산하고 왔다. Cuckmere Haven 부터 Eastbourne Pier 까지 바람이 불던말던 계속 걷고 언덕 오르락내리락하고 걷고 또 걸었다. 알고보니 그 윈도우 배경화면에 있는 초록 언덕들이 여기라던데..
다리아파서 중간에 버스탈까 했는데 버스는 무슨 세번을 갈아타야되고 걷는게 시간이 오히려 적게걸려서 그냥 잠깐 쉬고 계속 걸었다. 숙소도착했더니 세상피곤 앱 확인했더니 약 삼만보 걸었고 165층 오르락내리락 했다고 했다. 욕조딸린 방에서 러쉬 배쓰밤 사온걸로 목욕하고 태국음식 포장해와서 먹고 힐링
Seven sisters Beachy head |
Cuckmere Haven 부터 Eastbourne Pier 까지 |
첫날부터 오바해서 온몸에 근육뭉치고 쑤시고 난리났음. 그래도 포기할 수 없이 바닷가로 가서 걷고, 이스트본 피어 구경하고, 시내 길거리 돌아다니고, 타우너 갤러리 갔는데 작아서 한시간도 안되서 다 본듯. 엽서 몇개 사고, 동네는 작고, 날씨는 춥고, 몸은 쑤시고 해서 작은 까페 들어가서 브렉퍼스트 먹고 과일이랑 물이랑 간식 산담에 다시 호텔로 가서 낮잠자고 사진보고 차마시고..
오기전에는 아, 여행하면 새해맞이 계획들도 세우고, 생각도 많이 하겠지? 했는데 왠걸, 생각 없음.
"아추워", "너무추워", "뭐먹지", "졸리다", "다리아퍼"...
결국 먹고, 자고, 걷고, 읽고, 쉬고.. 이게 바로 휴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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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본에서 브라이튼가는 Coaster 버스가 있는데 경치 너무 좋아.. 5파운드에 티켓사면 하루종일 무제한으로 타도 된다는데 난 두번 다 하루에 한번 타고 끝.. 그래도 시작부터 거의 끝까지 갔으니까 괜찮아.
근데 이 버스가 약간 동네버스+투어버스 인게 무슨 버스 정류장 1-3분마다 한번씩 멈춘다. 새버스 타면 2층에 테이블 하나 있는데 유에스비 충전도 할 수 있고 버스에 와이파이 제공된다.
와이파이고 뭐고 바깥 풍경 보는게 더 좋아
Brighton Pier |
Brighton Pier |
5
이스트본 너무 급하게 일주일 전에 예매해서 호스텔 꽉차서 호텔로 예약했는데, 브라이튼은 더 급하게 찾았고 이미 이스트본에서 런던가는 기차표를 환불 혹은 변경할 수 없었고 나 이번에 뭐 사야될거 있어서 최소한의 지출로 찾다가 2박에 15파운드(약 2만2천원) 호스텔 찾아냄 급 예약하고 갔는데 위치가 진짜 대박 너무좋아 바로 브라이튼 피어 앞..
직원도 친절하고 약간 건물이 오래되고 그런건 있는데 처음에 준 방 맘에 안들어서 바꿔준 방이 뷰가.. 세상에 그냥 바로 피어 보이고 바다보이고 침대는 삐걱삐걱 거렸지만 뭐 이틀이니까, 방안에 화장실(+샤워)있고 물어봤더니 수건도 그냥 빌려줬음 아. 조식도 제공해줌
이스트본, 브라이튼 사람들 넘나 친절하다
6
브라이튼에는 작고 예쁜 가게들이 많다. 예쁜 엽서, 사진 인화해서 파는곳, 빈티지가게, 은반지, 은 장식품들, 크리스탈, 귀엽고 웃긴 소품들 파는 가게들.. 예전같았으면 정신 못차리고 샀을텐데 게다가 지금 세일 중이었는데도 음.. 별로
안삼 엽서는 몇개 샀는데 다른건 뭐 이제 필요 없는 예쁜쓰레기를 안 사고 지나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차라리 먹을거를 사던가, 여행지 교통, 숙소, 새로운 경험, 소모품들로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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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살, 팔뚝살등 불필요한 지방 없애기를 돕기위해 먹는 양 줄이기에 노력중인데 그동안 음식 남기는거 아니다, 음식물 쓰레기 극혐이라 음식물 쓰레기 만드는 것도 싫고 약간 강박증 같은거 있어서 내 접시에 있는 음식, 나에게 주어진 음식은 대부분의 경우 끝까지 다 먹었는데 이젠 배불러서 못 먹겠으면 남겨야겠다. 내가 담을 수 있으면 조금 덜 담고, 어디가서 먹는건데 너무 많이 줬으면 어쩔 수 없이 남겨야지 먹기싫은데 꾸역꾸역 먹는것보다 약간 남기는 것도 괜찮아.
이번 여행중엔 거의 하루에 한끼 식사하고 나머지는 과일이나, 간식거리 먹었는데 다 성공
태국음식 팟씨유가 너무 먹고싶어서 검색하다가 숙소에서 3분거리에 별4개이상인 음식점이 있길래 가서 포장하고 치즈케이크도 주세요 해서 돌아와서 먹었는데 팟씨유는 좀 짰다.. 근데 이 치즈케이크가 모든걸 만회했음. 와 내가 여태까지 먹어봤던 치즈케이크중에 진짜 맛있는 치즈케이크 다섯손가락 안에 꼽는다. 데코레이션도 넘나 예쁘게 했고 나의 첫날 마지막 음식으로 완벽. 행복해지는 맛
*Seeracha* Eastbourne
에이미네 까페라고 이스트본에 있는데 여기도 평점 높아서 한번 가봤다. 이게 작은 브렉퍼스트라 그래서 시킨건데 무슨 양이 엄청많아... 소세지 조금 남김 도대체 보통 브렉퍼스트는 얼마나 큰지 모르겠다. 주문하고 만들기 시작하는지 좀 오래 걸렸는데 맛있고 다 직접 만드시는것 같았다. 일하시는 분들도 다 친절친절 저게 5파운드였다. 다시한번 실감하는 런던의 물가. 여기도 영국인데 가격차이가.. 아 근데 현금만받음
*Amy's cafe* Eastbourne
친구가 브라이튼에 피시앤칩스 영국최고맛집이 있대서 거기갈라고 알아놨는데 내가 있는 일,월요일에는 문을 안여는 대참사가 발생.. 그래서 뭐 어쩔 수 없지 하고 브라이튼 피어 옆에있는 피시앤칩스가게 들어가서 피시앤칩스 주세요 해서 기다려서 받은것. 춥고 바닷바람이 아무리 불어서 얼어죽어도 난 바닷가에서 피시앤칩스를 먹겠다. 주문하고 바로 만들어줬는데 진짜 바삭바삭하고 신선하고 너무 맛있었다. 약간 너무 튀김만 있어서 기름지긴 했는데 영국에서 먹었던 피시앤칩스중에 제일 성공적. 런던에서 무슨 제일 맛있다는 피시앤칩스가게 갔었는데 비싸기만 하고 별로였는데 그냥 피시앤칩스는 신선하게 바로 튀겨주면 다 맛있는거 아니냐.. 아무튼 여기도 친절하고 맛있고 바닷가 앞이라서 더 좋아.
*Seasiders* Brigh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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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실수로 갔던 허리크리슈나 템플에서 나갈라니까 다시 오라면서 책을 한권 쥐어줬었는데 the Higher taste라고 약간 채식주의 그런 책이었다. 내 방에 놓고 한두페이지 읽었다가 결국 끝까지는 안 읽었었는데 하우스메이트중 한명이 채식주의 할거라고 해서 이거 읽어보고 좋으면 걔 추천해줘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얘가 얼마전에 이책을 꺼내더니 나한테 추천해주는것이었다. 뭐야 그래서 나도 이책 가져가서 내가 너한테 추천하려고 했던건데!!!!
책이 작고 가벼워서 여행할때 가져갔었다. 시간도 많고 랩탑도 안가져왔고 해서 간간히 읽었는데 너무 충격적이었다. 요즘에 안그래도 내가 요리해서 먹으면서 생고기 사는것도, 만지는것도 싫어서 고기 잘 안먹는 중이었고, 주변에 채식주의자들이 몇몇 있었을때도 내가 채식주의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해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해봤고, 동물들을 사랑하니까 그래도 미안해 고기는 못끊겠어 라고 했었는데 이제 적어도 고기는 안먹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이미 내 냉장고에 있는 다진고기가 포함되어있는 음식들을 다 먹고 나면, 이제 6개월동안 한번 도전해보고 계속 이어나가는 걸로. *비건아님. 버터, 치즈, 요거트 이런거는 먹을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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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번 여행중에 계속 생각했던 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것. 나한테 주어진 모든것에 감사하고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내 가족, 친구들 감사하고 사랑하고 행복하다는 것. 이모든 기회와 경험으로 내자신이 계속 발전하고 새로운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 신기하고 즐겁고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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