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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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주스를 만들었다.
케일 한 봉지, 초록파프리카 반토막 (어제 하우스메이트가 빌려감), 당근 두 개.
근데 양이 너무 적어서 긴급으로 블러드오렌지 두 개랑 오이 한 개를 추가했다.
그리고 백퍼센트 사과주스도 약간 넣었다.
너무 맛있어서 아니 하루종일 먹으려고 1리터 만들었는데, 나가기전에 다마셔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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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즙을 넣은 물을 챙겨서 한국인 비건, 비건음식점 운영중인 전 한의사선생님을 찾아감.
다른얘기도 하다가 챠크라를 훑으면서 개개인에 맞는 진단을 내려주신다. 나는 새로태어나는 호흡법을 시간이 있을 때, 첫 주에는 열번, 둘째 주에는 스무번, 그 이후로는 삼십분이하로만 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한 달이나 두 달 뒤에 다시 찾아오라고..
아 타임 허브 화분채로 사서 잎을 뜯어서 차를 마시라고 하셨음.
그리고 또 얘기하고 있었는데 어떤 할아버지 들어오심. 그리고 그 분도 진단해 주셨음. 그 분한테는 어떤 앉았다가 일어나는 운동이랑, 해바라기씨를 10그램씩 세 달동안 먹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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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은 영국분인데 비건인지 35년 째라고 하셨다.
요가배우러 갔다가 요가강사인 부인분을 만났고, 부인분은 유제품은 먹는 채식주의자였는데 비건이 되셨고, 22년동안 세 명의 아이들을 비건으로 키워놨는데 얼마전에 가족들이 다시 논비건으로 되었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 내가 아니 어떻게 그걸 다 알고도 다시 그렇게 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니까 자기도 그렇게 생각하고 아마 다시 비건으로 돌아올 것 같다고 하심.
런던에 있는 비건옵션이 있는 스시가게, 피자가게, 초콜릿가게등 추천해주시고, 이 분이 비건이 된 이유는 동양의 장수식을 알게 된 것 이라고 하셨다. 우리가 그냥 말하는 할머니 집밥.
현미밥에 체철나물, 채소로 만든 반찬.. 소소한 그 밥을 우리는 아니 나는 한 번도 특별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이 서양에서는 마크로바이오틱이라는 말로 하나의 학문이라고..
내 주스 단식 디톡스 얘기도 하고, 명상얘기도 하고, 책 추천을 해주셨는데 그 책은 이미 내가 사서 내 방에 있음.. 친구가 추천해줘서 샀고, 매우 두꺼움. 불교철학 들을 때 같이 수업 듣던 할모니도 읽고 계셨었는데.. 이제 읽을 때가 된 것 같다. 너무 신기하다. 내가 이미 샀지만 아직도 읽지 않은 책을 다른 사람들이 추천해 준다는 것..
아 혹시 궁금할까봐 그 책이름은 사피엔스.
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 / Korean Edition Paperback – 2015
한국어 버전도 이미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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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이 해바라기씨 사러 홀푸즈마켓에 간다고 했다. 나는 미국에 있을 때 사랑했는데 영국에서는 지리상 가깝지가 않아서 굳이 안가고 있었는데 이 근처에 있다고 해서 에? 어딨냐고 했더니 아 그거 홀푸즈 아니고 비슷한 건데 플래닛 올가닉이라고 더 좋다고 했다. 그래서 보여준대서 같이 감. 와.. 신세계다. 비건 치즈케이크, 로비건 초콜릿, 다른데서 못보던 채소랑 그 외에도 비건 옵션 엄청많고... 예쁘고... 나는 왜 단식중인가...
단식끝나고 찾아올게...
어서 한국도 비건열풍이 불어서 이런 좋은 상품들이 많이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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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왔더니 택배가 와있었다.
택배 온 김에 해버려야지 하고 레몬을 짜고, 레몬 짠김에 아까 산 블루베리 한 바구니 1파운드 (1,500원), 민트 한 바구니 1파운드도 짜버렸다. 아니.. 양이 너무 많아.. 향도 강하고 좋긴 좋은데 뭐랄까 너무 많이 짜버림.
브로콜리랑 고수는 일단 냉장고에 넣어둠. 내 냉장고 터지려고 함. 온갖 주스랑 채소, 과일로.
하우스메이트랑 같이 시킨 주스들도 도착함. 백퍼센트 코코넛워터 2개, 백퍼센트 비트루트주스 2개, 백퍼센트 석류주스, 백퍼센트 당근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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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짠거를 반은 물 끓여서 넣고 마시고, 나머지는 물 끓여서.. 레몬관장... 두려웠지만 장청소가 중요하다고 하고, 장에 여태까지 먹었던 그 찌끄레기들이 끼어있으면 영양소 섭취가 3-40%밖에 되지 않는 다고 한다. 게다가 이번 기회에 여태까지 쌓여있던 내가 먹었던 동물성 식품들과 독소를 빼내기 위하여....
음.. 끝나고 기빨려... 넘나 피곤해져서 그냥 씻고 잠..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신세계 경험과.. 음.. 당황스러움과 어색하고 멍... 제대로 했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뭐 그랬습니다...
둘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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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갈아놓은 블루베리, 민트, 오이, 빨강파프리카 간 걸 한자 따라서 마셨는데 이건 무슨 주스가 아니라 스무디 같이 걸쭉했다. 이건 좀 아닌것 같아 나를 도와주고 계신 전문가분에게 물어보니 블루베리는 주스보다는 스무디를 해서 마시는게 좋다고 하셨다..
그리고 너무 걸쭉해서 이건 주스단식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안 먹다가 갑자기 너무 걸쭉한게 들어가니까 속도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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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보가 없어서 자수천을 잘라서 그걸로 건더기들을 걸러냈다. 단식을할 때, 모든 주스를 한 번 더 거르면 좋다고도 전문가님이 알려주셨다. 귀찮지만 해야지. 면보로 거른 맑은 주스를 마셔봤는데 민트를 너무 많이 넣어서 향이 강했다. 코코넛워터를 넣고, 비트루트주스를 넣고 병에 담은 뒤, 코코넛워터 남은 것을 챙겨서 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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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워터 너무 맛있는 것...
내 블루베리, 민트, 비트루트 주스는 와인색깔 같았다. 향기롭고 맛있었다.
그냥 무작정 단식이 아니라, 이렇게 아름다운 주스들을 만들고, 마시니까 별로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쨌든 뭔가를 먹긴 먹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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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주스만 마신 나는 에너지가 넘치는 데, 밥도 잘 먹고 온 코워커는 피곤해했다.
가끔 음식냄새가 나거나, 음식사진을 볼 때면 약간 먹고 싶어 지지만, 막 죽을 정도로 배가 고프다거나 힘들진 않다. 그냥 평소때에도 때 되면 배고프고, 뭐 먹고 싶은 거랑 똑같은 정도.
그리고 배고프면 주스마시면 된다.
주스안의 과일과 채소들의 향이 더 잘 느껴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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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 시간, 먹는 시간, 설거지등 뒷정리하는 시간이 없어지니 내 시간이 많아진다.
물론 주스 짜고 주서 닦는 시간은 있지만 주스를 마시는 것은 정도가 다르다.
다행히 내가 하는 일이 엄청나게 힘을 쓰는 일이 아니어서 그냥 평소대로 할 일 다 잘 하고, 배고파서 화가 난다거나 예민하지도 않음. 신기하다.
씹지 않아도 되니 이것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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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물을 별로 안 마시지고 있지만, 주스를 계속 마시니까 화장실에 자주간다. 근데 이건 원래 물을 많이 마셨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원래 화장실에 자주 가기 때문에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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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말하는 독소가 빠져나가는 과정, 피부가 뒤집어지고, 머리가 아프고 하는 증세들은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몸이 더 가벼워진 느낌은 들긴 하지만 살이 빠진 것 같지도 않다. 내가 말하지 않는다면 내가 단식중이라는 것을 아무도 모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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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단식이라하면 걱정하고, 사실 나도 그랬다. 으. 단식을 어떻게 해, 안 돼, 나는 밥 안먹고 못살아.. 죽으면 어떻게 해 등등... 직접 해보니 음 진짜 아무것도 안 먹는 단식은 내가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주스 마시는 단식은 할 만 하다. 편하다. 굳이 양치를 하루에 세 번 할 필요도 없다.
음식이 이에 끼는 경우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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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때 쯤 되니 배가 고파졌다. 단식을 하기 전에랑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정도로.
그러니까 결론은 별로 엄청나게 힘들거나 불편한 점은 없다.
참고로 나는 원래 요리하고 먹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지금은 주스 짜는게 요리이고 주스 마시는게 먹는 것.
집에 가서 브로콜리랑 케일을 짰다. 건더기를 꺼내는데 너무 향기로워서 집어서 입으로 가져갈 뻔 했다. 다행히 냉동실에 집어넣음. 단식 끝나면 수프만들어서 먹어야지.
그리고 브로콜리, 케일 주스와 백퍼센트 사과주스를 섞어서 피에 굶주린 뱀파이어마냥 꿀꺽꿀꺽 들이켰다. 너무 신선하고 맛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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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잠이 많고, 가끔씩 졸리고, 휴대폰이랑 랩탑 많이 들여다보면 눈이 아프고 피로한데, 전보다 더 심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졸리다. 자려고 누웠을 때 심장 뛰는 게 평소보다 더 잘 느껴졌다.
셋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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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별로 배가 고프지 않다.
신기하다.
원래 잠이 많고 자주 졸리긴 하는데 자꾸 졸려서 일찍 잤는데도 아침에 눈뜨기가 약간
힘들었다. 계속 자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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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주스 한잔을 마시고, 주스짠거 한병이랑, 백퍼센트 자몽주스 한팩을 가지고 일하러 갔다.
별로 안바쁘고 그냥 평소랑 똑같았다. 보스한테 나 오늘 삼일째 주스단식중이라니까 몰랐다고 했다. 전혀 피곤하거나 힘이 없다거나 하지 않다. 평소랑 똑같음.
그리고 인사담당매니저가 나 주스단식한다는 말을 듣고 내사랑 소이차이대신 딸기향 녹차를 사줬는데 카페인이 들어있어서 그런가 예민해서 한 잔을 다 마시지 못했다. 딸기향은 좋던데 아 단식전에도 원래 카페인은 잘 안마신다. 예민보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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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없이 기분이 나쁘거나 짜증이 나거나 하는 현상도 없다. 그냥 평소랑 똑같고 기분이 좋다.
주스 마시는 거 너무 좋다. 블루베리 민트 비트루트 코코넛워터 주스를 마시는데 너무 상큼하고 시원하고 신선하고 좋다. 너무 평소랑 똑같거나 오히려 에너지넘쳐서 신기할 정도.
어디 아프거나 무슨 몸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아직도 없다. 내가 별로 운동이란 걸 안해서 그런가 힘이 없지도 않다. 그냥 화장실에 물빼러 엄청 자주간다.
몸이 비건식을 하고 난 뒤보다 좀 더 가벼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막 눈에띄게 살이 빠졌다거나 하는 변화는 없다. 아직도 등살, 허리살, 팔뚝살 잡으면 잘 잡힘.
볼이 홀쭉하게 들어가지도 않았음. 주스를 너무 많이 마셨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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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변화가 없으니 이건 뭐 할 말이 없다.
그냥 원래 생활 하던 대로 잘 하고 있고, 그냥 요리하고, 밥먹고, 설거지하는 시간이 줄어서 다른 것을 더 많이 할 수 있다.
백퍼센트 과일주스들을 사서 내가 짠 채소즙과 맘대로 섞어서 나만의 주스를 만드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이것저것 막 섞고 섞고.. 단식끝나면 케일건더기로 케일칩 만들어야지, 브로콜리 건더기로 수프만들고, 베지버거 만들어야지 이런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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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브로콜리가 엄청 먹고 싶었다. 생 브로콜리, 마늘이랑 휙휙 볶은 브로콜리...
케일 샐러드... 검정 올리브랑 빵이랑 먹으면 진짜 맛있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브로콜리 케일주스를 마셨다.
넷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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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는 게 어제보다는 쉬워졌다. 덜 졸리다고 해야하나.
일어나서 주스한잔을 마시고 주스들을 섞어서 통에 내 주스를 제조하고, 청포도 알들을 따서 통에 담고, 샐러리와 파프리카를 씻어서 손질해두었다. 일 끝나고 주스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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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 두 병을 짊어지고 일하러 가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주스를 너무 많이 마셔서 물을 마실 겨를이 없다.
하루에 2리터정도만 마셔도 충분할 것 같은데 나는 지금 가방속에 있는 주스가 합쳐서 2리터이고 아침, 저녁으로 마시는 것을 합치면 약 1리터 일텐데 무슨 주스먹는 하마도 아니고...
내일은 아침, 저녁 빼고 주스 한병이랑 물이나 코코넛워터를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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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독성이 빠져나가거나 변화가 없는 것을 보니 내 몸은 이미 건강한가 보다 라는 결론을 냈다. 나혼자.
술도 안마시고, 담배도 안피우고, 육류, 유제품, 해산물 다 안먹고 탄산음료, 설탕맛 너무 단거 원래 안 좋아하고, 그나마 먹던 초콜릿도 이젠 별로 안먹고, 인스턴트식품도 원래 안 좋아하고, 짠 것도 안 좋아함...
이렇게 살아도 충분히 맛있는 것 먹을 거 많고 인생 너무 재미있다.
근데 웃긴건 내가 건강하지 않다고 해서 안먹는게 아니라.. 그냥 그 너무 달고 짠맛이 싫고, 강한 맛이 싫고, 인스턴트의 맛이 싫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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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이렇게 쏙 들어가는 건 인생 처음인듯. 음 뭐랄까 주스마시면 물배는 나오지만 힘 안주고 이정도로 배 안나오는 것은 거의 처음이라 좋고 당황스럽고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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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가 입주변에 뾰루지하나가 났다. 등이랑 허리사이 쪽에도 뭐 하나 났다. 근데 이건 단식 안할때도 종종 일어나는 일이라 별로 변화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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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금치, 고수, 샐러리, 당근을 따로따로 주스내서 건더기를 따로 얼려놓았다.
시금치는 스무디할때나 주스얼린거 마실 때 넣거나 요리할 때 넣고, 고수는 얼음틀에 얼렸는데 요리할 때 몇개씩 넣으면 좋겠다. 샐러리는 수프 끓일때, 당근도 수프 끓일때나 당근케이크 같은거 만들어서 먹으면.... 하 이렇게 먹는 생각과 계획과 쟁여두기는 끝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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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색이 내가 마신 주스색깔이 나온다.
블루베리, 비트루트 섞인 붉은 색 주스 마신다음에는 그색깔, 초록색깔 마시면 또 초록색...
허허 신기하고 웃기고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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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안먹고 주스만 마시는게 생각보다 너무 쉽고.. 점점 익숙해져 간다. 너무 편하고, 시간도 많아지고, 가끔 뭐 먹고싶긴 한데 그건 뭐 이거 끝나면 먹으면 되지. 이제 단식후의 보식에 대해서 알아봐야겠다. 다들 단식보다 보식이 더 중요하다고 계속 얘기하고 나도 이해한다. 깨끗하게 비워놓고 갑자기 너무 기름지거나 강렬한거 먹으면 몸에서 짜증낼듯. 기껏 청소해 놓은 곳에 쓰레기통 엎으면 짜증나는 것과 같은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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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별로 배가 안고픈데 점심때 쯤 부터 저녁때가 약간 배고픔이 심해지는 것 같다.
평소에도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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