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홀리데이 ≒ 게임


개인적으로 게임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한가지 게임을 한달이상 꾸준하게 해 본 적도 없는 것 같고, 게임에 빠져서 계속 게임생각을 하고 게임을 하고 싶거나 게임을 하지 않는걸 못참아 본 적도 없다.

그나마 예전에 친척집에 갔을 때 할 게 너무 없어서 큰집 컴퓨터에 있던 프린세스 메이커를 했었던 것(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지 않았던 때), 한참 개인컴퓨터를 가정마다 사고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 친구들이랑 같이 하던 크레이지 아케이드와 카트라이더 그리고 테트리스... 그정도를 제외하고는 게임을 깔지도 하지도 않는다. 그 시간에 차라리 영화나 미드를 보거나 친구들이랑 나가서 놀거나 수다를 떨고 책을 읽겠다.

그런데 내가 워킹 홀리데이를 시작하고 첫번째 나라, 두번째 나라를 경험하며 느꼈던게 이게 꼭 어릴 때 했었던 게임이랑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1 일단 마음에 드는 혹은 갈 수 있는 나라를 선정한 뒤 지원을 한다거나 비자받기
(그 과정에서도 각 나라마다 다르지만 서류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신체검사를 받고 하는 절차가 있음)
->하고싶은 게임 선택
2 비자를 받고나면 항공권, 숙소등을 예약하고 갈 곳의 지리를 살펴보고 정보 수집하기
->아이디 만들고 게임방법 알아내기
3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가고, 경우에 따라서는 환승을 하며, 입국심사를 거쳐서 예약한 숙소로 찾아가기
-> 미션1
4 휴대폰 플랜을 정해서 유심을 갈아끼우고 개통을 새로 하고, 은행에 가서 계좌열기
-> 미션2
5 일을 구하기 위해 이력서를 내러 다니고 집을 구하기 위해 집들을 보러 다니기
-> 미션3
6 일을 구하고 집을 구해서 일을 하고 여행을 다니기
-> 미션4
7 비자가 만료될 때 쯤 워킹 홀리데이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기
-> 레벨 업
8 휴대폰을 해지하고 은행계좌를 택스리펀받게 설정해두기
-> 미션1
9 택스리펀 서류를 작성하고 기다리고 받기 (그 나라에 있을 때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면 돌아오고 또함)
-> 미션2
10 나머지 뭐 연금이나 그런것 뒷정리?하기
-> 게임 끝

등등 이렇게 미션이 주어지고 그 미션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게임 안해서 사실 비교 잘 못하겠네 그냥 내가 했던 게임에서 계속 미션나오면 깨고 레벨업하고 다깨면 끝 이었던듯
그렇게 미션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누가 말해준 적은 없지만 뭔가 레벨 업 하는 느낌도 가끔 들고 뭐
그 나라의 언어로 현지인들과 생활하면서 언어능력도 계속 상승하는 느낌

그냥 뭐랄까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같은 맥락인것 같긴 하지만 워킹 홀리데이는 그보다 더 작은 하나의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렇게 간단하게 써놨지만 저게 저렇게 물흐르듯 해결되는 일이 아님 시간도 오래 걸릴 수도 있고 공공기관에 전화해서 엄청 기다려서 영어로 불만표출하고 따지고 해야할 일도 많고.. 주토피아 나무늘보들처럼 진짜 기다리고 기다리고 와.. 한국인으로써 진짜 힘들었다.
-> 멘탈이 강해짐. 잘 기다리게 됌. 못 기다려도 어쩔 도리가 없음.)

아무리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십몇년을 했다고 하고 갔어도 현지에서는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는 것 처럼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는지 들어보고 그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고 틀리면 고쳐주고 하는 과정에서 다시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든 적도 있고,

같은 영어권이라고 하더라도 나라별로 사용하는 단어라던가 억양이 달라서 다시 그 현지에 맞춰가는, 새로운 곳을 알아가고 익숙해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날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새 친구들을 사귀고,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고, 정들었던 도시를 떠나고, 작별인사를 하고

하나의 작은 인생,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게임보다 더 게임같은 리얼 증강현실 체험이랄까
그냥 곰곰히 생각해 봤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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